마르세유 구항(Vieux-Port)에서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먹으려면 보통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해요. 정통 식당들은 그날 들어온 생선으로 인원수만큼만 준비하기 때문에, 문을 열고 들어가 즉석에서 주문하면 거절당하기 쉬워요.
"부야베스는 안 돼요. 오늘 몫은 다 나갔어요. 내일 오시면 만들어드릴게요." 구항 식당에서 흔히 듣는 대답이에요.
그렇게 예약까지 해서 먹는 한 그릇 값이 만만치 않아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지점이기도 해요.
왜 이렇게 비쌀까요. 한 입 먹어보면 그 가격의 이유가 국물 안에 들어 있어요.
부야베스는 사실 어부의 음식이었어요
지금 부야베스는 마르세유의 대표 고급 요리예요. 정통 식당에서는 한 사람 몫이 웬만한 코스 요리 값이에요. 그런데 원래 부야베스는 어부들이 팔고 남은 잡어로 만들던 가난한 음식이었어요.
19세기 마르세유 항구. 어부들이 배에서 내리면서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작은 물고기들이 남았어요. 비늘이 거칠고, 가시가 많고, 모양이 못생긴 물고기들. 이걸 큰 솥에 다 넣고 끓였어요. 토마토, 양파, 마늘, 사프란, 펜넬을 넣고.
이게 부야베스의 원형이에요. 이름도 "끓이고(bouillir) 줄여라(abaisser)"에서 왔어요. 어부들이 먹기 위해 끓이다가 불을 줄이라는 의미.
가난한 음식이 어떻게 이렇게 비싼 요리가 됐을까요.
진짜 부야베스의 11가지 규칙
마르세유에는 1980년 만들어진 "부야베스 헌장(Charte de la Bouillabaisse)"이라는 게 있어요. 진짜 부야베스가 갖춰야 할 조건들.
- 지중해 생선 네 종류 이상: 라스카스(rascasse, 쏨뱅이), 그롱댕(grondin, 성대), 콩그르(congre, 붕장어), 비브(vive) 같은 생선이 대표적이에요
- 추가로 생피에르(saint-pierre), 흰 라스카스(rascasse blanche), 바다거미게(araignée de mer) 등을 넣기도 해요
- 사프란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 토마토, 마늘, 펜넬, 양파, 올리브 오일이 기본이에요
- 국물과 생선을 따로 서빙해야 해요
- 빵과 루이유(rouille, 매운 마요네즈), 그뤼에르 치즈가 같이 나와요
이 헌장은 가짜 부야베스가 너무 많아져서 만들어진 거예요. 70년대까지만 해도 마르세유 어떤 식당이든 부야베스를 팔았는데, 진짜 마르세유 부야베스가 아닌 게 많았어요.
진짜 부야베스 한 그릇에는 4종류 이상의 생선, 신선한 사프란, 그리고 어부의 시간이 들어 있어요.
한 그릇이 두 코스로 나오는 이유
정통 부야베스는 두 코스로 나뉘어 나와요.
1코스 — 국물 주황빛이 도는 진한 수프예요. 옆에는 마늘로 문지른 빵, 루이유 소스(붉은 매운 마요네즈), 강판에 간 그뤼에르 치즈가 함께 놓여요. 빵에 루이유를 발라 치즈를 뿌리고 수프에 적셔 먹어요.
이 수프 한 모금에 부야베스의 정체가 담겨 있어요. 사프란의 향, 토마토의 단맛, 마늘과 펜넬, 그리고 생선 뼈에서 우러난 깊은 국물이 복잡하면서도 균형을 이뤄요.
2코스 — 생선 주인이 큰 접시에 통째로 익힌 생선을 가져와 테이블 옆에서 직접 발라 줘요. 살이 단단한 것, 부드러운 것, 약간 단맛이 도는 것까지 식감이 제각각이에요.
라스카스의 단단한 살, 그롱댕의 부드러운 살, 콩그르의 기름진 풍미. 이 차이를 한 접시에서 맛보는 것이 부야베스의 핵심이에요.
식당 고를 때 주의할 점
마르세유에서 부야베스 식당을 고를 때 몇 가지 주의점이 있어요.
- 값이 유난히 싼 곳은 의심하세요 — 들어가는 생선 값을 생각하면 정통 부야베스는 쌀 수가 없어요
- 즉석 주문을 안 받는 식당이 좋아요 — 제대로 만들려면 끓이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 메뉴에 "부야베스 헌장 가입"이라고 쓰여 있는 식당이 안전해요
- 구항에서 조금 떨어진 식당이 더 정통일 때가 많아요 — 관광객용 식당과 현지 식당은 달라요
헌장에 가입한 식당으로는 르 미라마(Le Miramar), 셰 퐁퐁(Chez Fonfon) 같은 곳이 자주 꼽혀요. 가입 식당 목록과 가격은 예약 전에 직접 확인하세요.
(참고로 부야베스는 보통 두 명 이상이 함께 시켜요. 한 사람 몫도 되지만, 여러 생선을 고루 넣으려면 두 명 이상이 유리해요.)
마르세유에서 먹어야 진짜예요
파리에도 부야베스를 파는 식당이 있어요. 그런데 마르세유 사람들은 단호해요. "마르세유 밖에서 만든 건 부야베스가 아니에요."
이유는 분명해요. 부야베스에 들어가는 라스카스 같은 생선은 마르세유 앞바다에서 새벽에 잡힌 것이 아니면 맛이 달라요.
사프란도 신선해야 해요. 올리브 오일도 프로방스 것이 좋아요. 다 이 동네에서 가까운 재료들이에요.
(와인을 부르고뉴에서 마실 때와 비슷해요. 같은 와인이라도 그 동네에서 마시는 맛이 달라요.)
어부의 음식이 고급 요리가 된 이유
부야베스가 비싸진 이유는 단순해요. 잡어가 더 이상 잡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19세기에 흔하던 라스카스 같은 생선이 지금은 어획량이 줄었어요. 사프란도 비싸졌어요.
부야베스 만드는 시간이 30분~1시간 걸려요. 진짜 마르세유 부야베스를 만드는 셰프 수가 점점 줄고 있어요.
그래서 값이 그만큼 올라간 거예요. 가난한 어부의 음식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누군가는 그 값을 치러야 해요.
마르세유에 가게 된다면, 부야베스 한 번은 제대로 먹어보길 권해요. 한 그릇 값만큼의 식사이자 그만큼의 역사, 그게 마르세유의 가장 정직한 한 그릇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