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같은 도시에서는 운전하다 "잠깐 들렀다 갈게" 하고 들어가는 곳이 약국 드라이브스루인 경우가 흔해요.
약사가 작은 창문으로 처방약을 건네주면 끝이에요.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고, 몇 분이면 돼요.
라스베이거스에는 "드라이브스루 웨딩 채플"도 있어요. 차 안에 앉은 채로 주례 앞에 잠깐 멈춰서 결혼 서약을 하고 가는 곳이에요.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미국이에요.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의 시작
드라이브스루의 시초로는 1940년대 후반 미국의 햄버거 가게들이 꼽혀요.
In-N-Out Burger가 1948년 캘리포니아 볼드윈 파크에 첫 매장을 열면서 스피커로 주문하고 차에서 받아가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마이크로 주문, 창문에서 픽업.
이전에는 차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트레이를 들고 와서 차에 걸어주는 "drive-in" 방식이었어요. (영화 '그리스(Grease)' 같은 옛 미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에요.) 드라이브"스루"는 그것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었어요.
지금은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타코벨, 스타벅스, 던킨, 칙필레 —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 체인이 드라이브스루를 운영해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드라이브스루에서 나오는 체인도 많고, 코로나 이후 그 비중이 더 늘었어요.
드라이브스루 영어가 따로 있다
드라이브스루에서 주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표현들이 있어요.
- "Welcome to [매장명], may I take your order?" — 환영 문구
- "Will that be all?" — 더 시킬 거 있어요?
- "For here or to go?" — 이건 드라이브스루에서는 안 물어요 (다 to go)
- "Pull up to the next window" — 다음 창문으로 이동하세요
- "Pull forward please" — 앞으로 더 와주세요
처음 미국에서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마이크 너머로 들리는 음성이에요. 잡음 많고, 빠르고, 종업원도 짧게 끝내려고 해요.
잘 안 들리면 그냥 "Can you repeat that?"이라고 말하면 돼요.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약국, 은행, 우체국까지
진짜 놀라운 건 햄버거가 아니라 다른 업종들이에요.
드라이브스루 약국(pharmacy drive-thru) — CVS, Walgreens 같은 대형 약국 체인은 드라이브스루를 갖춘 매장이 많아요. 처방전 픽업, 일반 약 구매, 매장에 따라 독감 백신까지 차에서 받을 수 있어요.
드라이브스루 은행(bank drive-thru) — 입금, 출금, 수표 처리. 진공 튜브에 봉투 넣어서 안으로 보내면 직원이 처리하고 다시 튜브로 돌려줘요. 이 시스템을 처음 보면 "이게 뭐야" 싶어요.
드라이브스루 ATM — 차에 앉아서 현금 출금. 미국 은행 대부분이 이걸 운영해요.
드라이브스루 커피 — 스타벅스도 그렇지만, Dutch Bros, Scooter's 같은 체인은 매장 내부 좌석이 거의 없고 드라이브스루 중심으로 운영돼요.
미국에서 차에서 못 하는 일을 찾는 게 더 빨라요. 장보기, 영화 관람, 심지어 동물 사파리도 차에서 해요.
진짜 이상한 드라이브스루들
미국 곳곳에 "이게 진짜 있다고?" 싶은 드라이브스루들이 있어요.
라스베이거스 결혼식 채플 — A Little White Wedding Chapel 같은 곳은 차 안에서 결혼식을 진행해요. 빠른 결혼이 가능한 네바다주의 특성과 결합된 결과예요. 식은 금방 끝나요.
드라이브스루 장례식 조문(funeral viewing) — 일부 장례식장은 차에서 고인을 조문할 수 있는 창문을 운영해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해요.
드라이브스루 동물원(safari park) — 텍사스의 Fossil Rim 같은 곳은 자기 차를 타고 야생 동물 사이를 지나가는 형식이에요.
드라이브스루 크리스마스 라이트 — 12월에 동네 공원이나 큰 농장에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을 차로 둘러보는 이벤트가 흔해요. 요금은 행사마다 다르니 미리 확인하세요.
자동차 의존이 만든 일상
이런 드라이브스루 문화의 근원은 미국의 자동차 의존도예요. 대도시 외곽이나 교외(suburb)에서는 차 없이 일상이 거의 불가능해요. 슈퍼마켓도 차로 가야 하고, 우체국도 차로 가야 해요.
그러다 보니 "차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는 옵션"에 대한 수요가 생겼어요. 비 오는 날, 어린이 동승 시, 다리 다친 날, 잠깐 들르는 길 — 이런 상황이 일상이라서요.
처음 보면 좀 게으른 문화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차 중심 도시에서 살아보면 이해가 돼요.
거기서는 차에서 내려 주차하고 매장 들어가서 줄 서고 다시 차로 돌아오는 게 진짜 비효율적이에요. 드라이브스루 한 번이면 몇 분 만에 끝나요.
한국이랑 가장 다른 미국 풍경
한국에 있다가 미국에 가면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게 이 차 중심의 일상이에요. 한국에서는 골목 안 작은 가게에 걸어 들어가는 게 일상이지만, 미국 교외에서는 그럴 만한 가게 자체가 드물어요.
다 차로 가는 큰 매장이고, 매장 앞에는 거대한 주차장이에요.
미국에 여행 가서 시내 관광만 하면 이 풍경을 못 봐요. 도시 외곽으로 차 타고 한 번 나가보면 진짜 미국이 보여요.
스트립 몰(strip mall)과 드라이브스루 약국과 거대한 주차장. 그게 미국 일상의 풍경이에요.
말하자면 미국은 자동차로 만들어진 나라고, 드라이브스루는 그 결과로 생긴 일상의 풍경이에요.
햄버거뿐 아니라 결혼식과 장례식까지 차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그 사회가 자동차에 얼마나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단면이에요.





